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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준 이야기

3Juhwan 2025. 10. 11. 00:22

우테코의 끝무렵

취준 이야기가 제목이지만, 나는 취준 한 적이 없다. 덜컥 공채에 합격했을 때에 나는, 단지 대학교 3학년을 다니던 중이었다. 

 

우테코가 끝나갈 무렵, 브라운이 나에게 해주신 말씀이 있다. 당시 크루들은 취업 준비로 바빴다. 누구는 서류를 지원하고, 면접을 보고 왔으며,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난 학교에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캠퍼스를 거닐고 계시던 브라운에게 취준의 두려움에 대해 토로했고, 브라운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개발자로서의 길을 걷다가 사회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그때 자연스레 취업하면 된다."

 

빨리 취업해야 한단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지 말고, 학교로 돌아가서 4학년을 천천히 다 마치라는 말씀이었다. 학생 개발자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졸업 후에 사회 활동을 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 브라운의 의도가 어찌 됐든, 나에게 브라운의 말씀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학교 다닐 때 재밌게 개발하다가 슬슬 나이가 차고 경제 활동을 해야 할 시기가 되면 그때 자연스레 회사를 다니라는 거 아닌가? 취업 한파로 취업을 걱정하던 나에게 너무나도 이상적인 말이었고, 나는 이상적인 것들을 좋아한다. '그래. 취업이야 알아서 잘 되겠지. 개발자로서 할 일을 해나가자.'라는 다짐을 하고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로 돌아가서

우테코 레벨 5는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재택이 허용되었고 사실상 우테코의 종결이다. 레벨 5만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내 꿈을 펼쳐야 했다. 

 

마침 교내 개발 동아리인 '그리디'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그리디는 우테코 5기 수료생이자 학교 친구 코코닥이 만든 동아리이다. 운영진으로 합류해서 동아리에 많은 기여를 했다. 엄청 작던 그리디에 체계를 잡고, 2기 백엔드 스터디 리드를 맡았다. 내 시간과 에너지의 4할을 그리디에 투자했다. 

 

동시에 이전에 하던 웹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팀을 다시 꾸리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홍보하여 수천 명의 사용자를 유치했다. '있으면 좋을 서비스가 아닌, 없으면 안 될 서비스를 만들자'는 철학 하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밤을 새 가며 팀원들과 함께 만든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한다. 여기에는 3할을 투자했다. 

 

위 두 가지에 진심을 다해 몰입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몰입 아닌가. 진심으로 임한 만큼 많이 배웠다. 특히 그리디에 합류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 참 행운이었다.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은 매 순간이 성장이었다. 

 

N사 공채가 열렸다

3월 개강과 동시에 N사 공채가 열렸다. 한 번도 N사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요즘 누가 N사 서비스를 사용해~ 구글을 사용하지.'라는 말도 옛말이고, '누가 구글을 사용해~ GPT를 사용하지'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근데 막상 공채 열리니 이번에 도전하지 않으면 1년 뒤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아쉬웠다. 아무리 취업을 미뤄두었다 해도 한국 일류 IT 기업인 N사니까 혹할 수밖에 없었다. 

 

공채에 도전하기로 했지만, 동아리를 운영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느라 시간이 부족했다. 취업이 급하진 않으니 힘이 닿는 데까지 하기로 결심했다. 준비된 서류가 없어서 운영하던 서비스에 대한 2장짜리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자기소개서 문항 3개와 함께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다.

 

다음으로 CS 테스트를 포함한 코딩테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류 접수하고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CS를 급하게 공부했다. 시간이 없어서 이전에 공부한 걸 복기하는 느낌으로 빠르게 1 회독했다. 알고리즘 코딩테스트는 이전에 알고리즘 대회에 출전하던 경험을 믿고 아예 준비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코딩테스트는 애매하게 봤다. 보통은 압도적으로 잘 보는 편이라 합격을 의심하지 않는데, 애매하게 풀어서 합격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서류와 코딩테스트 합격 결과는 3주 뒤에 나오고, 그 바로 다음 주가 1차 면접이었다. 코딩테스트 결과는 알 수 없었지만 바로 1차 면접 준비에 들어갔다. 합격했다고 가정하고 제출한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 기반으로 준비했다. 1차 면접은 기술 면접이기에 CS를 더 깊게 공부했다. CS를 공부가 정말 잘 돼서 경지에 올랐음이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면접 스터디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학업을 하면서 동아리를 운영하고 서비스도 운영하는데 공채도 준비하니 몸이 남아나지 않았다. 매일 학교 끝나고 카페로 출근하여 혼자서 예상 질문을 뽑고 답변하고를 반복했다. 

 

다행히 서류와 코딩테스트에 합격하고 1차 면접을 보게 되었다. 결과 발표 후 바로 다음 주에 면접이 진행되었다. 면접은 2개의 세션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기술 역량을 물어보는 세션과 지원서 내용을 물어보는 세션이다. 1차 세션은 정말 잘 보았다. 내가 잘 아는 기술을 물어보셨다. 너무 기초적인 걸 물어보셔서 '설마 이걸 물어보시겠어?'라는 생각에 답변하지 못한 질문도 있었다. 2차 세션은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1차 세션에 비하면 잘 보지 못했지만 합불에 영향을 줄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1차 면접의 합격을 확신하고 바로 2차 면접을 준비했다. 

 

2차 면접은 많이 준비하지 않았다. 1차 면접 때 충분히 준비해서 2차 면접에서 새로 준비할 부분이 없었다. 그동안 인생을 회고하며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여태 몰입 경험들을 정리해 보니 5가지 정도 있었다. 이 5가지만 면접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면 날 뽑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1차 면접에 합격하고 바로 2차 면접을 보았다. 앞에서 이야기한 5가지 중 2-3가지 밖에 얘기하지 못했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면접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서 합격을 예감했다. 

 

학교는 어떡해

덜컥 최종 합격해 버렸다. N사는 졸업해야 입사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 나는 3학년 2학기를 다니던 중이었다. 그럼 입사를 못하는 걸까? 이 계산은 공채 준비를 시작할 때 마쳤다. 나는 조기졸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평균학점 4.1을 유지하며 누적 140 학점만 이수하면 되었다. 계산해 보니 이번 학기에 27학점을 수강하고 하계 계절학기까지 들으면 140 학점을 딱 채울 수 있었다. 

 

평균학점 4.1을 유지하며 27학점을 수강해야 했다. 만약 삐끗해서 0.01 학점이라도 모자라면 공채 합격이 물거품이 되었다. 학점을 모두 이수해도 공채에 불합격하면, 갑자기 무직 백수 졸업생이 되는 미래였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에 베팅했고, 성공했다. 

 

25년 1학기는 정말이지, 나의 한계를 갱신하는 시간이었다. 동아리 운영, 서비스 운영, 학업, 공채까지 모두 이루어냈다. 그 밖에도 캡스톤 프로젝트에서 대상과 인기상을 받고, TOPCIT 시험에서 교내 1등 하는 등의 소소한 성과가 이어졌다. 

 

이게 취준인가

나의 인식 속에서 취준은 수험생의 모습이었다. 카페나 독서실에 틀여 박혀 수험 공부하듯이 하루 종일 공부하는 이미지였다. 나의 취업 과정은 달랐다. 브라운 말씀처럼 취업을 우선으로 두기 보다 개발자로서 할 일에 집중했다. 동아리를 운영하며 우테코에서 배운 가치를 전파했고, 서비스를 운영하며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었다. 물론 공채 준비에 필요한 일들은 했다. 그렇지만 생각하던 취준의 이미지와 나의 실제 경험은 매우 상이했다. 

 

옳고 그름이 없듯이 각자의 방식대로 취준 시기를 넘기면 된다. 나는 브라운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였고, 성공해서 기쁘다. 아 물론 브라운은 4학년까지 다니라 하셨지만, 3년 만에 학교를 졸업했다. 나는 내 멋대로 사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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